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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Chapter 2

by doublec 2026. 3. 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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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구 선생님은 말했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이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물론 김구 선생님이 대한민국 역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고 하지만 저 말이 최종적인 의미가 뭘까 싶었다. 나아가 실체가 있는 말일까싶었다. 실체가 있다는 것이 21세기에 들어 영화계 두 작품으로 증명이 됐다.

 

  현지시각 기준 202029,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앞서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연달아 수상에 성공하며 설마 아카데미까지 정복하나?’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봐서, 20195기생충이 개봉됐을 때 그저 거장 봉준호의 복귀작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기생충은 그 높은 기대마저도 밟고 올라서는 결과를 보여줬다. 봉준호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살인의 추억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최고작이라는 평이 간간히 들릴 정도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그렇게 2019년이 지나고 2020년의 해가 밝았고 29일이 된 것이다.

  ‘기생충이 아무리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 수상을 하고 있었대도 강력한 경쟁각 ‘1917’이라는 영화도 존재했고 아카데미 특유의 보수성 때문에 정통 타국 영화, 정통 아시아 영화에 오스카를 선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야말로 기생충판이었다.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그리고 마지막 작품상까지 수상은 기생충은 아카데미 수상 무대를 우리나라 영화인들로 도배해버렸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우리나라 영화가 수상하여 무대에 우리가 매일 보던 영화인들로 가득 찼다는 현실을.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이 규모상으로 세계 제1의 영화제일지는 몰라도 아카데미를 수상하지 못 한다 한들 걸작이 아닌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정확한 표상인 것은 맞다. 무엇에 대한? 전세계가 우리나라 영화의 힘, 문화의 힘을 인정하고 주목했다는 사실에 대한 정확한 표상. 세계 문화의 중심에 파고들어 깃발은 꽂은 우리나라 작품들이 여럿 있다. 그 중 가장 명확하고 짙게 기억될 작품 중 하나가 기생충이다.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높은 문화의 힘, ‘기생충이 증명했다.

 

  2020년 아카데미를 기생충이 휩쓸고 기생충신드롬이 서서히 꺼져가며 우리는 한 가지 낙담 아닌 낙담을 인정해야만 했다. 다시 이런 결과를 가져올 우리나라 작품이 또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까? 더 쉽게 말해, 다시 한 번 아카데미를 우리나라 문화로 채워낼 수 있을까? 바람과 현실은 구분돼야 한다며 다들 기대를 접어가고 있었다.

  문화의 힘이란 한정된 수량이 아니고 제한된 기회가 아니다. 한 번 했다고 하여 다시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높은 문화의 힘만 있다면 언제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고 다시 세계의 주목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두 번째 높은 문화의 힘6년 뒤 다시 도래했다.

  20256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애니메이션 하나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넷플릭스라는 세계적 플랫폼을 이용해 케이팝을 중심 소재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케이팝은 불패인가? 다시 한 번 케이팝의 위상을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여실히 증명했다.

  일반적인 극장 개봉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한 기생충과는 달리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보다 효과적으로 전세계에 뻗어 나갔다. 그리고 케이팝이라는 중심소재에 진입장벽을 현저히 낮추어 대한민국 문화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으며, 단순히 대한민국의 관광지만 시각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닌 분식을 즐기는 케이팝 아이돌 소녀들,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멋들어진 사자들, 아무런 대사 하나 없지만 울음소리만으로 눈길을 뺏어버린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등 보다 심층적인 한국 문화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영화 내내 소개했다. 그리고 음악영화답게 세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성 있는 트랙리스트들까지 영화 내내 흘러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주제가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얻었다. 더군다나가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디즈니의 주토피아 2’를 꺾고 수상했기에 더욱이 값진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백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수상이 아니었다. 축하무대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안에 수록된 음악들로 꾸며진 공연이 있었는데, 한국의 한이 느껴지는 판소리로 시작해 한복을 입은 예술단이 아카데미 무대 위에서 춤사위를 펼치고 대미를 장식한 ‘Golden’이 울려 퍼졌던 이 전체적 축하공연이 가히 이 날의 백미 중의 백미였다.

  물론 수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직접 한국의 문화와 미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이 역사 자체가 영광이요 쟁취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면 이제 낙담이 아닌 낙관을 해보게 된다. ‘기생충에 이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어 다시 한 번 아카데미를 정복할 수 있는 영화는 무엇일까? 이제는 확신한다. 또 다시 머지 않아 탄생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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