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과 ‘D.P.’
10월의 시작은 ‘국군의 날’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해보지 않았나? 왜 10월 1일이지? 6.25 전쟁 과정 중 우리나라 국군이 북한 공산군으로부터 대구와 부산 인근까지 밀리다가 인천상륙작전 이후로 전세를 뒤집어 다시 우리나라 국군이 38선을 넘은 날이 1950년 10월 1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군의 날’은 10월 1일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는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의무 징병제가 유지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적 남성에게는 군(軍)이라는 한 단어에 상당히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양면적으로 안보의 이유로 군 소재 창작물이 양산되기 힘들면서도 막상 만들어지면 대중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도 있다. 예술의 영역에서 군은 그런 존재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모든 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지는 징병제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남성들은 절대 다수가 병(兵) 출신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우리나라 영상예술계 안에서 군을 소재로 한다면 과연 그 창작물은 병을 어떻게 그렸는가가 주요 평가지점으로 자리한다. 이 평가지점을 중요하게 둔다는 전제 하에 두 작품이 우리나라 영상예술에 굵은 획은 그은 바가 있다. 그 두 작품은 모두 드라마이며 그리 오래된 작품도 아니다.
먼저 언급할 드라마는 ‘신병’이다. ‘신병’은 이름이 같은 원작이 존재한다.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 장삐쭈의 ‘신병’이 원작인데, 각 회 당 평균 5분정도가 되는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길이외는 무관하게 사실감의 정도가, 임팩트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해 공개될 때마다 남성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각 계급과 위치에 따라 표현되는 캐릭터들의 특색도 강렬했으며 유튜브 애니메이션 클립 수준이래도 가히 군 소재 창작물 중 명작이라 일컬어도 될 정도였다. 그러한 원작 ‘신병’이 드라마로 재탄생된 것이다.
결국 애니메이션은 창작자가 그리는 것으로 시각적 현실감을 극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신병’이 실사화 된다는 소식에 원작 ‘신병’을 정복한 남성들은 상당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무리 소비층이 남성으로 제한적인 군 소재 드라마래도, 방송 내철이 ‘이상한 변호가 우영우’ 뒤에 효과적으로 존재감을 알리지 못 한 ENA였대도 드라마 ‘신병’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최일구를 연기한 남태우 배우, 박민석을 연기한 김민호 배우, 성윤모를 연기한 김현규 배우까지 원작과의 아주 높은 싱크로율을 유지하면서도 실사화 드라마의 장점까지 살려내 드라마 ‘신병’만의 매력을 확보했다.
실사화 드라마로 제작됐기에 표현의 폭이 늘어난 점을 이용해 군이란 집단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도 이정현, 장성범 배우로 효과적으로 전달해 다시 한 번 드라마 ‘신병’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의의를 확보하기도 했다.
드라마 ‘신병’을 향한 대중들의 호의적인 평가로 차기 시즌도 제작되는데 성공했으며 물론 시즌 1만큼의 센세이션에는 부족했지만 시즌 2까지 잘 마무리해 성공적인 시즌제 드라마, 성공적인 군 소재 드라마, 성공적인 ENA 채널 드라마로 남게 됐다.
모든 예술품을 평가할 때 여러 각도로 평가한다. 특히 영상극예술에서는 시적효과, 이야기 전개, 전달하고픈 메시지 등의 각도로 평가한다. 여러 각도의 시선으로 따져봤을 때 최소한 드라마 ‘신병’은 흠보다 득이 더 느껴지는 드라마로 기억된다. 충분히 ‘국군의 날’에 어울리는 드라마로 평을 내리고 싶다.
물론 드라마 ‘신병’ 첫 방송 순간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했다. 제한된 소비층, 인지도가 낮은 채널 때문에라도 회차가 거듭될수록 힘을 받는 드라마 ‘신병’의 지지도였다. 하지만 ‘D.P.’는 달랐다. ‘D.P.’가 공개된 2021년 8월 27일은 대한민국 영상예술 역사상 상당한 충격을 입은 날로 기억된다.
같은 군을 소재로 하지만 드라마 ‘신병’과 ‘D.P.’는 결을 많이 달리했다. 드라마 ‘D.P.’의 원작 웹툰 ‘D.P. 개의 날’는 군 안에서도 일반적인 병 생활관 안에서의 모습을 담지 않았고 탈영병을 잡기 위해 사회 속에서 추격을 벌이고 체포하는 군탈체포조 D.P.를 중심소재로 했다. 탈영병을 잡기 위해 병사들이 사회 속에서 추격과 체포를 벌인다라. 이 전제는 분명 드라마에서 더 펼칠 예술의 방법이 많아 보였다.
그렇게 드라마 ‘D.P.’가 2021년 8월 27일 공개됐다. 적중은 들어맞았다. 웹툰에서보다 더 박진감있게 영상예술의 미를 살려 드라마 ‘D.P.’는 대중문화계에 충격을 선사했다. 그리고 넷플릭스 플랫폼을 빌려 당일에 모든 회차가 공개됐기에 그 충격의 밀도는 더욱 강했다.
앞서 말한 극예술의 요소들도 충분히 취했다. 사회와 군을 넘나드는 배경적 미술은 곧 드라마 ‘D.P.’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성이 됐다. 그리고 관람한 군필자 남성이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시킬 법한 인간 쓰레기 병장 황장수를 연기한 신승호 배우와 그 황장수 밑에서 갖은 폭력을 당하고 끝내 미치기로 결심한 조석봉을 연기한 조현철 배우의 연기력은 주연 배우 구교환과 정해인의 존재감을 넘어설 정도였다. 이 둘의 존재감은 ‘D.P.’라는 드라마의 중심 이야기가 됐으며 동시에 ‘D.P.’라는 드라마가 전달하고든 메시지까지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D.P.’가 대중문화계에 가져온 충격은 당연히 시즌 2까지 제작되는 동력으로 작동했다. 비록 ‘D.P.’ 시즌 2는 다소 본질과 동떨어지는 설정과 이야기 전개로 시즌 1만한 주목을 받지 못 했지만 드라마 ‘신병’과 마찬가지로 부정할 수 없는 우리나라 군 소재 영상예술품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병 출신 군필자라면 아마 드라마 ‘신병’과 드라마 ‘D.P.’ 시리즈를 다시 모두 정주행 하고 나면 정말 여러 감정이 응축된 두 단어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