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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국가대표’

doublec 2024. 7. 24. 19:35

  시간은 참 빠른 것 같다. 언제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냐면,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다. ‘, 벌써 4년이 갔구나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코로나로 인하여 도쿄 올림픽이 2020년이 아닌 2021년에 개최돼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이 3년 만에 개최돼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올림픽 간의 시간은 더욱이 빨리 흐른 것 같다.

  올림픽은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어느 한 종목만의 최고를 겨루는 대회도 아니고 개최국에서 진행할 수 있는 모든 종목을 한 데 모아 스포츠 정신을 나누는 올림픽은 4년을 기다릴만한 세계인의 축제다.

  2024년은 파리에서 개최된다. 막상 빨리 지나가버린 시간을 탓하면서도 어느새 우리는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을 시청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상상하며 기대할 것이다. 어느 종목의 어느 선수가 어느 감동을 줄지. 그 기대감을 유지한 채 올림픽 연관 한국영화 두 편을 보고 감동 워밍업을 해보는 건 어떨까?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2008년은 우리나라의 이웃 국가인 중국 베이징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됐다. 물론 2008년에 개봉된 영화는 베이징 올림픽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언제의 올림픽, 어느 종목, 어느 감동이 영화로 탄생했다는 것일까?

  2004년 하계 올림픽은 올림픽의 근원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됐다. 여러 감동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전달됐었다. 그 중에서도 임순례 감독은 비록 금메달이 아니었음에도 가장 찐한 기억과 아쉬움으로 남았던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여정을 영화로 담았다. 제목은 직관적은 느낌 그대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직관적이면서도 역설적이다. 다른 순간을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 그 여정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 명명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표면적으로는 최고일 수 없는 그 순간을 우리 국민 모두는 기억한다. 육신을 갈아넣는 정도의 혈투였던 덴마크와의 결승전. 결국 승부던지기 끝에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은 패배했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금 생각해도 은메달을 땄따는 기쁨보다 혈투 끝에 패배했다는 아쉬움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 끝만 우리는 기억했다. 그 은메달까지의 과정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 없었다. 비록 창작 기반 극영화지만 임순례 감독은 그 과정에 주목하여 영화를 만든 것이다. 여자 운동선수로서의 고충, 국가를 대표한다는 자부심 마지막으로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까지. 임순례 감독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에 대한 헌사였을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는 제29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44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뤄냈다.

  영화란 이런 것이다. 창작의 방식을 빌려 이미 결과가 돼버린 아쉬운 역사를 어루만져주는 순기능이 있다. 다시 한 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한다면 2004년 대한민국을 대표해 몸을 불살랐던 당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에 대한 끝나지 않은 헌사가 될 것이다.

 

  올림픽은 하계만 있지 않다. 겨울에 열리는 동계 올림픽도 있다. , 올림픽이란 단어는 겨울에도 유효하다. 이번엔 2009년으로 돌아가 보자.

  1988년 처음 서울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됐다. 이후 또 다른 국가적 차원에서의 도전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에 들어 동계 올림픽 개최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장소를 먼저 무주로 점찍어 두었다.

이러한 배경 위에 만들어진 창작 영화가 국가대표. ‘국가대표에는 여러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입양됐었지만 친모를 찾고 싶은 자, 가족을 위해 군 면제가 반드시 필요한 자, 유망주였지만 과오를 가진 자, 수동적인 삶을 떠나 새로움에 도전하고픈 자, 바보같지만 그저 스키점프가 좋은 자 등 그야말로 국가대표안에서 스키점프 팀은 동계판 외인구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자들을 꾸리고 스키점프 월드컵에 출전해야 하는 괴짜 감독까지. 재밌는 설정은 이미 끝났다.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특기가 뚜렷한 감독들이 있다. 액션의 류승완, 시대극 구현의 이준익, 오치밀한 시나리오의 최동훈 그리고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그림을 그려내고야 마는 CG 기능인 김용화까지. ‘국가대표는 김용화 감독의 작품이다. 김용화의 그림은 특히 스키점프 종목을 소재로 한 국가대표의 클라이맥스에서 역동적으로 나타났다. 영화 안에서 그려졌던 각자의 사연들이 스키점프라는 궁극의 순간에서 발현돼 강력한 힘을 가진 영화 국가대표가 비로소 탄생했다. 어느 누구도 쉽게 경험하지 못 할 스키점프 극한의 매력을 영화라는 방식을 빌려 어느 누구도 쉽게 간접체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가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국가대표안에서 바라는 대로 비록 무주는 아니지만 2018년 평창에서 3수의 도전 끝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고, 역사상 자타공인 가장 조직이 잘 된 동계 올림픽으로 평가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여름? 덥지 않은가. 하계 올림픽 시즌에 동계 올림픽 종목을 맛보는 것도 또 하나의 피서법이 될 것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국가대표를 관람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