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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와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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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ublec 2024. 2.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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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간 기준 2024211‘AFC 아시안컵 카타르 2023’(이하 카타르 아시안컵)이 개최국 카타르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사실 대회 시작에는 대회가 시작된 줄도 몰랐다. 아마도 아시안 대륙에 한정되는 아시안컵의 한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64년만의 우승을 노린다는 점, 2002년 이후 최고의 로스터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평가 받는다는 점, 그리고 현 대한민국 축구 최고의 스타 손흥민이 출전하는 마지막 아시안컵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특히 대한민국 국민들은 서서히 열띤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스타의 마지막 대회 출전, 이 명제는 얼마 전 월드컵에서도 성립이 됐었기에 기시감이 들며 익숙했다.

 

  카타르는 거진 2년 연속 국제대회를 치룬 것이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 이전에 더 큰 범위의 국제대회였던 피파 월드컵 카타르 2022’(이하 카타르 월드컵)를 치룬 바 있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 개최 날짜가 다가오면서 세계의 시선은 단 한 선수에게도 모였다. 그의 이름은 리오넬 메시(이하 메시)였다.

  메시는 최고의 축구선수다. 이 이상의 형용이 불가능하다. 수상기록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세계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없었던 트로피가 있었다. 바로 피파 월드컵 트로피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출전하는 월드컵이라 여겨졌던 카타르 월드컵에서 과연 메시가 피파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느냐가 세계 축구계의 제1 관심사였다. 그러나 아무리 메시가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래도 축구는 팀 스포츠다. 혼자만 잘한다고 이길 수 없다. 더군다나 조별리그 3경기를 치루고 토너먼트는 서든데스다. 메시라는 이름이 반드시 우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축구의 본질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장벽을 결국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이겨냈다. 본선 첫 걸음이었던 조별리그 1경기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 이외 아르헨티나는 모조리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에 직행했다. 결승전에서는 킬리안 음바페가 이끄는 프랑스를 맞아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두며 메시는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 목표라 할 수 있는 월드컵에 키스를 했다.

최고의 선수가 극복하지 못 했던 마지막 미션, 그 마지막 미션을 직접 해결함으로써 축구가 주는 최상의 감동을 세계에 전파했다. 이로써 메시는 지금까지도 가장 행복한 황혼의 선수생활을 즐기고 있다.

 

  메시가 밟으며 올랐던 그 서사의 선명제, 2024년 손흥민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손흥민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대한민국을 넘어서 아시아 대륙에 견주어 봐도 현재 손흥민에 버금 갈 아시아 축구선수는 거의 없다. 그런 그도 서서히 선수생활 황혼기를 준비하고 있다.

  20242월 기준으로도 손흥민은 만 31세다. 다음 아시안컵은 2027년이다. 그 때 손흥민은 만 35세다. 그 대회에 손흥민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카타르 아시안컵을 손흥민에게 마지막 아시안컵 출전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으로 타당하다. 사실상 마지막 출전이면서도 아르헨티나보다 더 긴 세월인 64년 만에 조국에 아시안컵을 바치겠다는 손흥민에게서 마지막 출전이라 각오하며 36년 만에 조국에 월드컵을 바치겠다는 메시가 보인 이유가 그래서이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결과는 달랐다. 모든 걸 극복하고 월드컵을 거머쥔 메시의 해피엔딩을 손흥민도 함께 즐기지 못 했다. 카타르 아시안컵 전부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르헨티나의 금빛결말을 맞이할 수 없었다.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수장, 위르겐 클린스만(이하 클린스만)의 지도력은 아시안컵 우승이란 성취에 너무나도 모자랐으니까.

카타르 아시안컵 전부터 클린스만은 태업 논란으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기를 집중시키지 못 했다. 그 논란이 채 매듭지어지지 못 한 채로 카타르 아시안컵에 돌입했고 이해할 수 없는 전술과 태도 논란 등으로 대회 내내 비극적 결말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은 달랐다. 클린스만과는 달리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으로 경기에 임했고 단연코 선수들의 의지와 능력으로 4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써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적은 8강 승리까지였다. 지휘하지 않는 선장의 배는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는다. 그 침몰의 시점이 4강 요르단전이었다. 유효슈팅 1개도 때려내지 못 하며 사상 첫 요르단에게 패배를 당한 것이다.

  대회 내내 선수들을 이끌었고 8강 연장전에서 기적같은 프리킥 역전골로 4강 진출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손흥민도 4강 요르단전을 승리로 이끌 순 없었다. 그렇게 신은 메시와 손흥민에게 다른 운명적 결과를 주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면에서 클린스만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선수들의 사기도 모으지 못 했으며, 패배 후 웃는 태도도 논란이었으며, 무엇보다 축구감독으로 뚜렷한 전술 없이 대회에 임했다. 전적으로 카타르 아시안컵을 우승하지 못 한 데에는 클린스만의 책임이다.

  클린스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일단 차치하고, 무엇보다 손흥민에게 경의를 보낸다. 손흥민은 2010년 성인 국가대표 첫 출전 이래로 약 14년 간 대표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앞서 말했듯이, 아마 다음 아시안컵에선 손흥민을 볼 수 없을 확률이 크다. 비록 마지막 아시안컵에서 금빛결말을 맞이하지 못 했지만 손흥민의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활약, 현 대한민국 축구계에 손흥민이 기여한 업적에 어느 누구도 마냥 비난하지 못 할 것이다.

  반드시 트로피를 들어야만 그 것이 곧 해피엔딩이랴. 손흥민 그가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만으로도 금빛결말이며 모두가 손흥민을 기립하여 맞을 것이다. 가시권으로 다가온 손흥민의 남은 축구 황혼기에 우린 그저 박수로만 응답할 것이다. 수고했다. 손흥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