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쓴다는 느낌처럼 쓰고 싶다. 나도 내 생에 있어서 계엄정국을 직접 겪을 줄 몰랐고 우리나라 20대 대통령이 이토록 졸렬한 인간인 줄 몰랐다. ‘설마 그 정도겠어?’라는 상상은 항상 무너졌고 상상 그 이상을 선보였던 우리나라 20대 대통령 윤석열임을 요즘 너무나 여실히 깨닫고 있다.
그에 대해 여러 역사적 인물을 비교하곤 한다. 유독 2025년 1월의 윤석열을 보고 있으면 조선 16대 왕 인조가 자꾸 떠오른다. 두 가지 면에서 자꾸 연결되는데 윤석열이 그리고 인조가 한 나라의 정상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공통점이 보이고, 아주 부정적인 역사를 쓰는 모습에서도 공통점이 보인다.
먼저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그야말로 스타 검찰이었고 공정한 검찰의 상징이었다. 그가 맡은 수사 대상에 있어서는 마치 성역이 없어보였다. 안희정, 정몽구, 이명박, 박근혜 등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거물들에 대해 거침없이 수사하곤 했다.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이나 수사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검찰 이미지 상승 뿐만이 아니라 대쪽같은 검찰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인조가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는 의외로 발견할 수 있다. 대중들이 쉽게 떠올리는 인조의 이미지는 유약하고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답답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인조는 반정 때부터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와는 달랐다. 인조반정 이전의 또 다른 반정, 중종반정에서는 차기 왕으로 선택된 중종은 정작 숨어있었다. 자신이 왕이 될 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인조반정에서의 인조는 달랐다. 직접 반정을 주도했고 자신의 친병 앞에 직접 섰던 인조였다. 분명히 인조반정의 주역은 인조 자신이다. 즉, 자신의 카리스마를 충분히 이용해 인조반정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검사에겐 성역 없는 수사능력이 필요하고 왕에겐 카리스마가 반드시 필요하다. 각자 그 시점들까지에서는 아무도 후의 역사를 예상하지 못 했다. 문재인정부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 보다 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에서 국민은 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역을 선택했다. 이 때부터 대한민국은 하락의 역사를 급하게 걷고야 만다. 일일이 나열 할 수 없을 정도의 숱한 논란, 어느 영부인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범죄 의혹과 행실 논란을 낳는 김건희라는 영부인,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이란 국가에서 끊이지 않는 무속 논란 중심에 있는 윤석열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직접 끊을 수 있는 위기이자 대한민국의 부정적 역사로 남을 2024년 12월의 계엄 선포까지. 대쪽같은 검사 윤석열은 애초에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런데 왜 윤석열의 부정적 발자취에서 인조와 연결되느냐고? 2025년 1월의 모습에서 발견된다.
공과 과 중 과가 많을 수도 있다. 그런 대통령 우리나라 역사에 존재했다. 그 많은 과를 쌓고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을 일으키고 현재는 칩거 중이다. 아니 한남동 관저에 불법적으로 경호처를 이용해 산성을 쌓고 농성 중이다. 자신이 싫으면 아무리 합법 영장 발부라도 거부하는 추태를 보이며 한남동 관저에 숨어버렸다. 숨어버렸다는 역사, 딱 인조다. 병자호란이 발발하고 무시무시한 청나라의 무력에 이기지 못 하고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숨어버렸다. 물론 왕정국가에 왕이 쉽게 잡혀버리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하나 더 이해하고 싶은 집단은 백성이다. 이미 왕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청나라의 학살에 백성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인조는 그저 숨어버렸다.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계엄이라는 방식으로 내란을 일으키고 한 달 넘게 국민들에게 ‘내란성 수면장애’를 심고 있다. 더군다가 인조 때와는 달리 타국이 침범한 것도 아닌 대통령이 직접 친위쿠데타로 군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총과 칼을 겨누었다. 어쩌면 인조의 몽진보다도 더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지 모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에게 총과 칼을 겨눈 대통령. 그리고 수사가 무서워 숨어버린 대통령. 자신이 아니면 모두가 불법이라 울부짖은 대통령.
그래. 어쩌면 인조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조는 결국 힘의 차이를 인정하고 용포도 벗어던지고 땅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조선이란 나라의 생명을 연장하기라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도대체 뭔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분명한 불법적 행태로 역사에 당당하지 못 하고 있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그의 대국민 담화를 다시 떠올리면 헛웃음만 나는 2025년의 1월이다. 그래도 시계는 흐르고 있다. 과연 당장 몇 개월 뒤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연 한남동 관저를 나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수감복 말고 다른 옷을 입을 수 있긴 할까? 과연 윤석열만 그러한 운명일까? 그의 옆에 항상 존재하던 그녀의 운명도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