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서바이버 시리즈 2001과 서바이버 시리즈 2014

카테고리 없음

by doublec 2024. 12. 1. 19:58

본문

  WWE에는 1PLE 사업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5개의 PLE가 있다. 물론 3월 말 4월 초에 개최되는 레슬매니아가 모든 PLE 중 가장 중요하고 큰 행사다. 단순 WWE만의 행사가 아닌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이 기다리는 축제니 말이다. 그 레슬매니아를 받치는 4개의 PLE가 더 있는데 로얄럼블, 머니 인 더 뱅크, 섬머슬램 그리고 서바이버 시리즈다.

  특히나 서바이버 시리즈는 레슬매니아 다음 꾸준히 개최되고 오래된 PLE로 시기도 보통 11월에 개최되기 때문에 레슬매니아로 향하는 대략적 그림을 예상해볼 수 있는 역할도 한다. 그래도 서바이버 시리즈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이름부터가 서바이버시리즈기 때문 아닐까?

  한 명의 선수가 끝까지 살아남는 서바이버형식의 기본적 틀을 가진 메인 경기가 항상 서바이버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 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서바이버 형식의 경기 룰 등이 있겠지만 그래도 서바이버 시리즈라는 PLE를 상징하는 경기는 5:5 매치인 듯 싶다.

  무려 10명이나 참여하는 5:5 경기. 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지루한 서사를 가질 수도 있다. 중간중간 무의미한 움직임들이 이어져 집중도를 흐트릴 수 있다. 이런 우려사항들이 있음에도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WWE 서바이버 시리즈 5:5 경기가 둘 있다. 그 두 경기는 2001년과 2014년에 각각 치러졌다.

 

  2001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1년의 WWE는 사실상 WWE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애티튜드 시대를 종결하고 새로운 각본과 흐름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는 사건이 하나 발생하는데, 2001326일 같은 날 치러진 WWERAWWCW의 마지막 나이트로가 동시 생중계로 송출돼버린 것. 이는 레슬매니아 17을 앞둔 빈스 맥마흔과 셰인 맥마흔 간의 대립 과정에서 펼쳐진 연출이었는데, 이 때는 사실상 WCWWWE로 매각되기로 확정된 상황이었다.

  레슬매니아 17에서 빈스 맥마흔과 셰인 맥마흔이 대결을 치르고 난 뒤 6월부터 본격적으로 WCWECW 연합군(이하 얼라이언스)WWE를 침공한다는 소위 인베이전각본이 시작된다. 구도만 본다면 꿈의 각본이었다. 북미 프로레슬링계를 호령하던 단체들이 직접 맞붙는다? 어찌보면 정말 꿈의 각본이 맞았다.

  하지만 내실은 그리 탄탄치 못 했다. WCW의 진정한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스팅이나 골드버그가 참여하지 않았고 핵심 악역이었던 스캇 스타이너나 제프 제럿도 없었다. WCW1선급 얼굴이라곤 부커 T 뿐이었다. 부커 T 이외에는 WWE에서 활동 중이었으나 과거 WCWECW 경력이 있는 선수들을 전향시켜 각본에 참여하는, 진정한 단체 간의 대결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인적 구성으로 흘러갔다.

  그럼에도 인베이전 각본은 7월부터 11월 서바이버 시리즈까지 흘러갔다. 주를 이룬 대결구도는 스톤 콜드스티브 오스틴(이하 스톤 콜드)와 커트 앵글의 대립, ‘더 락드웨인 존슨(이하 더 락)와 부커 T의 대립 등이었고 이외에는 나머지 단체 소속 선수들 간의 대결이었다. 그렇게 4개월이 흐르고 1119일 서바이버 시리즈 2001이 개최되기에 이른다.

  서바이버 시리즈 2001의 메인으로 배정된 5:5 경기에는 WWE 측의 빅 쇼, 케인, 언더테이커, 크리스 제리코, 더 락이 참가했다. 얼라이언스 측에선 셰인 맥마흔, 부커 T, 랍 밴 댐, 커트 앵글, 스톤 콜드가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경기의 질만 따지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지루할 세가 없는 단편 스포츠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냥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스포츠 영화 수준이었다. 당연히 선수들의 고유 기술 및 경기력은 빛이 났다. 이에 더해, 지속적으로 더 락과 작은 갈등을 빚어온 크리스 제리코의 결정적 배신, 후에 밝혀진 바로는 빈스 맥마흔이 의도적으로 심은 이중 스파이였던 커트 앵글의 얼라이언스를 향한 재배신까지. 적절한 프로레슬링만의 배신 그리고 배신이 배치돼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단체와 단체가 모든 것을 걸고 싸웠다는 위너 테이크 올이라는 마지막 서사까지 방점을 찍게 돼 강렬했다는 인베이전 각본이라는 성과와 서바이버 시리즈에 필히 꼽힐 5:5 매치까지 만들어졌다. 수많은 5;5 매치 중에 유난히 기억 남는 2001년의 기억, 이것이야 말로 또 다른 의미에서의 낭중지추가 아니겠는가.

 

  2001년에 이은 또 한 번의 낭중지추, 2014년으로 가보자. 프로레슬링에서 스테이블이란 존재는 어쩌면 필수적이다. 몇몇의 선수들이 공통적인 색깔을 지니면서도 그 안에서 각기 고유의 색깔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은 선수가 성장하면서 꽃 피우는데 효과적이며, 또 다른 면에선 각본을 중추적으로 진행하기에도 효과적이다. 어렵게 개인 선수 단위가 아닌 그 스테이블을 중심으로 각본을 만들어 내가면 되니까.

  그리하여 프로레슬링 역사에는 중요한 스테이블들이 많았다. nWo, DX, 에볼루션, 더 실드 등의 스테이블들은 필히 프로레슬링 역사에 언급되고 한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중추적으로 WWE를 이끌었던 스테이블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더 어소리티. DX와 에볼루션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 트리플 H가 역시 더 어소리티’(이하 어소리티) 중심에 있었다.

악역 스테이블답게 어소리티는 적절한 권력을 나쁘게써가며 세를 불려갔다. 특히나 더 실드를 분해하면서 영입한 세스 롤린스는 더욱 어소리티를 누구도 견제할 수 없게 각본상 성장하게 했으며 더더욱 WWE의 각본을 흥미롭게 이끌었다. 하지만 어느 스테이블이라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절대 선의 남자 존 시나가 직접 어소리티의 대항마로 반대편에 섰다.

  이래서 서바이버 시리즈는 유용한 것이다. 어소리티 각본의 정점에 서바이버 시리즈 2014가 다가왔고 선역 군단의 존 시나와 어소리티의 얼굴이 된 세스 롤린스가 각기 지지 선수들을 이끌고 서바이버 시리즈 2014 메인 5:5경기에서 만났다.

2001년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밀도는 대단했다. 지루할 틈이 없는 구성이었다. 물론 배신도 있었다. 그 배신의 주인공이 빅 쇼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리고 이번 5:5 경기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에는 두 가지 면에서다. 하나는 당연히 선역팀 승리의 주인공이 존 시나가 아니었다는 것. 존 시가 주장으로 있음에 당연히 피날레를 존 시나가 장식하는 것으로 대부분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었다. 앞서 말한 빅쇼의 배신으로 존 시나가 아웃됐던 것이다. 승리는 선역팀이라고 하면 과연 마지막을 누가 장식했는가? 그 주인공은 돌프 지글러였다. 그렇다면 돌프 지글러가 직접 경기를 마무리 지었는가? 물론 돌프 지글러의 근성이 이 날 5:5 경기를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놓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직접 마무리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직접 마무리를 지은 것은 다름 아닌 외부인물이자 드디어 WWE에 첫 발을 내딛은 프로레슬링계의 전설 스팅이었다. 안티 WWE의 대표격으로 활동했고 WCW의 심장 그 자체로 존재해왔던 스팅이 직접 마지막에 등장해 트리플 H에게 스콜피온 데스 드랍을 선사했고 돌프 지글러가 세스 롤린스를 직접 핀폴 할 수 있게 도와줘 선역팀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게끔 결말을 맺었다. 프로레슬링이라는 세계에서 깜짝 복귀나 깜짝 데뷔는 각본 효과 증폭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그 폭발의 좋은 예가 서바이버 시이즈 2014에 제대로 발현된 것이다. 그것도 전설 스팅의 등장으로.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5:5 매치의 경기 구성, 예상 외 돌프 지글러의 선전, 전설 스팅의 등장으로 서바이버 시리즈 2014 역시 13년 전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다. 일단 스팅의 WWE 첫 등장으로 서바이버 시리즈 2014는 영원히 회자될 수 밖에 없는 PLE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