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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와 ’베테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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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ublec 2024. 9.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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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영화계에는 이름만 들어도 영화의 방향이나 색깔이 짐작 가는 감독들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충무로의 액션 키드라는 형용도 지난 형용이 돼버린 것 같이 거장이 된 류승완이다. 물론 대부분의 류승완 연출 영화에 액션은 반드시 들어가 있다. 그러나 2024년의 류승완 연출 방향에 있어 액션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서서히 상업영화의 길을 걸을 때부터 그래왔다.

  류승완과 합을 맞추며 일종의 류승완의 페르소나가 된 유명 배우들은 많다. 친동생 류승범이라던가, 황정민, 정만식, 조인성, 오달수 등. 그럼에도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 해당 작품은 그 유명한 류승완의 페르소나들보다 류승완 자신의 이름이 맨 앞에서 거론된다. 이 말은 무엇이냐, 류승완 연출 자체에 많은 영화광들이 지지한다는 것이고 영화광들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도 류승완이라는 감독이 큰 기대를 건다는 뜻이다. 이 사전 기대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류승완은 9년 만에 베테랑을 다시 꺼내들어 베테랑 2’2024년 복귀했다.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배급사 CJ ENM 무비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전작으로 보증된 류승완의 시리즈 베테랑 2’로써 수익의 극대화를 얻겠다는 계산. 그 계산의 기저에는 최소한의 영화적 완성도가 확보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예상으로 베테랑 2’는 만족의 결과를 가져왔을까? ‘베테랑 2’를 보고나서 어느 한 영화가 떠올랐다. 그 작품은 무엇이고 이유는 또한 무엇인지 말해보겠다.

 

  ‘베테랑 2’를 보고나서 바로 떠오른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2017년의 최대 기대작 군함도였다.

  나쁜 의미에서 군함도가 떠올랐다. 2017년 전까지, ‘군함도가 개봉하기 전까지 류승완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미장센,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회를 꼬집는 비판성, 자신만의 서술방식으로 경쟁력을 얻어온 각본까지 그야말로 류승완 감독의 상승곡선은 어느 감독들보다도 가팔랐다. 그 가파른 성장곡선에서 자신감을 얻었던 탓일까? 더 큰 영화로써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특정 시대성을 담을 수밖에 없는 일제강점기 소재 영화 군함도2017년 복귀를 선택했다.

  선악과, 독이 든 사과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군함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다니. 선택 자체에는 모두가 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김에는 소재가 소재다 보니 이상한 사전 분위기가 숨어있었다. ‘5개짜리 영화를 만들지 못 하면 넌 죄인이 될 것이다와 같은 살벌한 분위기. 이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영화를 완성시켜 영화 군함도2017726일 세상에 등장했다.

  무려 손익분기점은 900만 명이었다. 이런 손익분기점을 가진 영화는 본 적이 없었다. 영화 안에서 반드시 연출되어야 할 스케일과 미장센을 생각한다면 조금 납득이 되는 수치였다. 그럼에도 900만 명이 봐야 본전이라니. ‘군함도라는 영화의 크기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등장부터 논란이 발생했다. 영화관 전체 관 수에서 군함도는 평균 40%를 넘는 스크린 수를 가져갔다. 이는 결국 대중들에게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분명히 지적을 받아야 할 지점이 맞다. 이런 외적 논란에 이어 군함도는 영화 안에서 더 큰 논란이 발생했다. 그 영화 내적 논란을 한 마디로 정리 하자면, 절대 살만하지 않았고 생지옥과 같았던 조선인의 군함도 내 생활을 마치 경제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유흥도 즐길 수 있으며 어쩌면 살아갈만한 곳으로 묘사해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군함도로 강제 징용을 당했으며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들과 비교해보면 분명 영화 군함도에서의 조선인 생활 묘사는 역사 왜곡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우리가 알던 류승완은 이러지 않았다. 이런 논란을 우려하지 않고 그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류승완 감독은 연신 내놓았기에 그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군함도라는 작품이 논란으로 겹겹이 쌓인 문제작이래도 분명히 류승완 감독의 예술색에 다소 이탈한 오점같은 영화인 것은 맞다.

  그래도 그 이후 류승완 감독은 이 지적들을 겸허히 수용할 줄 알았다. ‘군함도로 여러 지적 받았던 한계점들을 차기작 모가디슈’, ‘밀수에서 완벽히 고쳐내 역시 류승완 걱정은 안 하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두 번 째 하향곡선이 그려질 줄은 류승완 팬을 자처하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 했다. 이번 하향곡선의 폭은 너무나도 컸다.

 

  앞서 말했듯, 일종의 류승완의 실수와도 같았던 군함도이후 모가디슈밀수의 연출을 성공적으로 그려내 역시 류승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두 번의 성공이 너무나도 큰 독이 됐던 것일까? 아니 9년 전 성과였던 베테랑의 천만 돌파가 더욱이 독이 된 것일까? 2024년 돌아온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 2’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군함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망작(亡作)’이었다.

  몇 개 없는 베테랑 2’의 장점부터 짚어보자. 먼저 베테랑 2’를 누구의 영화로 정의해본다면, ‘베테랑 2’는 정해인의 영화다. 류승완의 영화도 아니고 황정민의 영화도 아니고 제작사 외유내강의 영화도 아니다. 정해인의 영화로 정의돼야 한다. 영화 내 빌런의 속칭 해치이자 박선우를 연기한 정해인은 가장 앞서 베테랑 2’를 이끌었고 정해인 개인의 경력에 있어서도 이정도 강렬하고 짙고 날카로운 연기력을 뽐낸 적이 없다. ‘베테랑 2’는 정해인의 대표작으로 평가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리고 다행히 류승완 감독의 액션 연출은 여전했다. 남산에서 야마카시를 연상케 하는 공간액션과 상가 옥상에서 펼쳐지는 우중(雨中) 액션은 최소한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액션 연출에서만큼은 류승완 자신을 따라올 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재차 입증하는 듯 했다. 이렇게 베테랑 2’의 장점은 정해인의 연기력, 류승완의 액션 연출 둘 뿐이다.

  이외 모든 면에서 베테랑 2’는 실패했다. 전작 베테랑이 상업적으로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이유는 도저히 단죄할 수 없을 것 같던 재벌 거악 조태오를 꺾어내는 데서 오는 격한 쾌감 때문이다. 물론 이 메커니즘에 대해서 범죄도시시리즈처럼 영화적 구조를 답습하기 싫은 베테랑 2’ 안에서의 류승완 감독의 의도가 선명히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거대 일악(一惡)이 아닌 사회전반적인 문제를 영화 안에서 다루고 싶었다면 언급하는 수준이 아닌 언급도 하고 해결하는 수준까지 갔어야 했다. 하지만 베테랑 2’에서 언급된 미투 문제, 사이버 렉카 문제, 폭주족 문제, 심신미약 감경 문제, 학교폭력 문제 등 여러 문제들을 언급은 하지만 그 너머의 단계로 접근하진 않는다. 그리고 앞서 말한 사회적 문제들은 이미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다뤄왔다. 새롭게 다루는 것도 아닌 것이다. 남들이 해온 것을 다시 다루는 류승완? 이는 분명 어색하고 류승완 답지도 않다.

  연출적인 면에서도 그리 성과는 없었다. 앞서 말한 액션 시퀀스 말고는 즐길만한 연출이 없다. 코미디색도 확실히 취한 전작에 비해서도 이번 베테랑 2’ 유머의 수준은 웃음도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또한 서브 스토리라 볼 수 있는 서도철 아들 서우진의 학교폭력 문제는 굳이 없어도 될 만큼 메인 스토리에 큰 영향도 주지 않는다. 시나리오 배치의 실패다. 마지막 또한 큰 문제다. ‘베테랑이 큰 지지를 받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아무리 재벌가 응징 스토리래도 그 안에서의 이야기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이해가 될 정도의 개연성과 현실성은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때문에 천만이 넘는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베테랑 2’의 마지막 연출은 무엇인가? 마치 쏘우를 연상케 하는 결말이었다. 이는 판타지다. 판타지는 베테랑 시리즈의 핵심 가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는 것은 시리즈의 방향성 전환이 아닌 그저 궤도 이탈로 밖에 안 보인다.

  이외에도 여러 단점들이 아직 않다. 굳이 인물의 연결을 짓지 않아도 됐었을 전작 연계 인물 설정이라던가, 전작에서는 확실히 느껴졌던 서사 반전에 대한 납득이 이번 시리즈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던가(판이 뒤집히는 지점들이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0에 가까운 빌런의 범행 동기 묘사로 인해 힘든 몰입이라던가, 아주 불친절한 빌런 묘사 전개라던가. 면밀히 따져보면 정말 하나하나 조사 버릴 수 있을 만큼의 베테랑 2’의 완성도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베테랑 3’를 염두하는 뉘앙스가 영화에 확실히 담겼다는 것이다. 류승완 감독은 그래도 피드백을 받아들일 줄 아는 감독이다. 이는 증명이 된 사실이다. ‘베테랑 2’의 결과를 본다면 후속작 제작을 말리고 싶지만 그래도 기대를 완전히 걷어차는 류승완 감독은 아니기에 또 바보같은 기대를 할 것 같다. 3편 제작이 확정된다면 부디 베테랑 2’의 실수를 완벽히 덮는 류승완만의 영화가 탄생하길 빈다. ‘군함도’, ‘베테랑 2’에 이은 자신의 커리어 함정을 또 다시 만들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P.S 거의없다 형님, 대체 왜 추천하시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