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첫 방송 됐고 5월 18일 10회를 마지막으로 ’수사반장 1958‘이 종영했다. ’수사반장 1958‘은 시작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드라마였다. 과거 197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방영된 전설의 드라마 ’수사반장‘의 후신을 자처했기에 노년층의 기대를 특히 받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TV 드라마 시장에서 보기 드문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넘기고 종영했다는 점에서만 봐도 올해 MBC 드라마 중 성공작으로 분류될만하다.
그런데 ’수사반장 1958‘을 전부 보고나니 한 드라마가 같이 떠올랐다. 물론 같은 형사물이기에, 주연배우가 이제훈으로 같았기에 기시감이 든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그 드라마는 2016년의 해가 떠오르자마자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tvN 드라마 ’시그널‘이었다. 왜 나는 ’수사반장 1958‘을 보고 ’시그널‘이 떠올랐을까?
2016년 새해가 밝았을 때 당시 드라마 시장의 분위기를 아직도 명확히 기억한다. 막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이 세 번 째 ‘응답하라 시리즈’로써 크나큰 흥행을 거두며 대한민국을 또 다시 ‘응답하라 신드롬’에 젖게 했다. 그러나 그 여운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다. 같은 시간대에 바로 뒤 이은 드라마 ‘시그널’의 등장으로.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이렇게 세 작품으로 장르물 극본에 특화돼있음을 증명한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라해도, 주연배우가 김혜수, 이제훈, 조진웅이라 해도 ‘응답하라 1988’의 신드롬을 그렇게 바로 지워낼 줄 몰랐다. ‘시그널’이 첫 방송 되자마자 대한민국의 유행 신드롬의 단어가 ‘응답하라 1988’에서 바로 ‘시그널’로 교체돼버렸다. 생소했던 타임슬립, 평행우주라는 성정이 비로소 대한민국 드라마계 아니 넘어서 문화계에 주류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시그널’은 대한민국에 생소한 매력으로 탄생해 2016년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었다.
물론 앞서 말한 매력들이 ‘시그널’이란 드라마에 가장 앞서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그널’의 진면목은 사건 전개의 병렬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 tvN 또 하나의 명작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일종의 사건 전개의 연쇄화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초반 발생한 사건에서 또 다른 사건들이 이어져 결국 드라마 한 작품을 완성한다. 하지만 ‘시그널’은 아니다. ‘시그널’은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고 그 사건과 다소 떨어져 있는 곳에서 다시 사건이 발생하고 이렇게 사건들을 차례 차례 해결해나가면서 드라마의 극본이 전개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이 무엇이냐면, 작가가 녹이고 싶은 사회적 사건 여럿을 하나의 드라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김은희 작가가 노렸다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시그널’은 ‘시그널’이라는 하나의 드라마에 짚고 싶은 여러 사회적 사건을 극본화, 드라마화하여 세상에 알렸고 결국 성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그널’의 영리함에 유괴범죄, 연쇄살인, 안전사고, 성폭행사건 등에 대한 경각심을 우리는 마지막으로 지닐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이러한 ‘시그널’이 세상에 선보인 사회적 효과를 우리는 다시 느끼지 못 할 줄 알았다. 일단 사건 전개의 병렬화를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면 드라마 자체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 이 미션을 ‘시그널’은 동시에 이뤄냈기에 위와 같은 최종적 결과를 낸 것이다. ‘시그널’ 이외에도 사건 전개의 병렬화를 시도한 드라마들은 많았다. ‘모범택시’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도를 제외하면 뚜렷하게 기억나는 드라마가 없다. ‘모범택시’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가 효과적으로 사건 전개의 병렬화를 이룬 드라마로 기억하는 것이다.
‘시그널’, ‘모범택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 다음으로 효과적으로 사건 전개의 병렬화를 이룬 드라마는 ’수사반장 1958‘일 것이다. 먼저 ’수사반장 1958‘은 핸디캡을 안고 시작해야했다. ’수사반장 1958‘은 제목 그대로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후반 전후시기가 시간적 배경이다. ‘시그널’, ‘모범택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현대적인 설정이 극 안에서 등장해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반장 1958‘는 그대로 핸디캡은 인정한 채 드라마를 이어나갔다.
특정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병렬화된 사건들 역시 시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단순화해서 나열하자면, 제3공화국 시기 정치 깡패 검거 작전, 친일파 영아 납치유린 사건, 중앙정보부 개입 주가조작 사건, 공장 여공 실종사건 등이 드라마에 배치됐다.
물론 겉으로는 그 시대에만 국한돼 문제가 된 사건들로 보일 수 있겠지만, 한 차원 더 깊이 살펴보면 현재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사건들이다. 정치 깡패들의 행패라지만 현재도 폭력사건은 계속 발생한다. 친부모임에도 영유아들을 방치에 사망에 이르는 사건들도 역시나 계속 발생 중이다. 주가조작 사건은 현대에 더 고도화 됐다. 물론 노동자 권리가 많이 향상됐지만 온전히 현시대 노동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성피해범죄는 우리나라에서 완벽히 안전한가? 아니다. 이렇듯 ’수사반장 1958‘에서 등장한 사건들은 현 시대 우리 사회에 충분히 다시 한 번 생각해 녹일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러한 효과를 ’수사반장 1958‘에서 느낄 수 있기에 ’수사반장 1958‘은 그냥 슥 지나치면서 볼 드라마가 아니다.
물론 이런 효과 이외에도 ’수사반장 1958‘은 단순히 영상적인 면에서도 볼만한 드라마다. 현대 시대 젋은이들이 쉽게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 제3공화국 시기의 사회상을 간접체험 할 수도 있다. 정의구현을 눈빛만으로 표현하는 이제훈의 연기력은 이제 곧 장르가 돼버린 경지다. 이제훈과 반대편에 서서 최종빌런의 역을 맡은 김민재의 연기력 또한 그저 조연에만 머무를 수준이 아니다. 이제훈과 김민재의 대립 사이에서 이제훈의 옆에 서서 서민적 끈질김을 온몸으로 표현한 이동휘의 연기력 또한 ’수사반장 1958‘를 호평할 때 반드시 언급돼야 한다.
이로써 ’수사반장 1958‘은 2024년 MBC를 대표하는 드라마가 됐다. ’수사반장 1958‘가 여러 사건들로 세상에 외친 메시지가 씨앗이 돼 ’수사반장 1958‘이 속할 수 있는 모든 시상식에서 달고 달고 달고 달디 단 수상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