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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와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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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ublec 2024. 1. 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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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말,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에 슬픈 소식이 전해지고야 말았다.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와 짙은 인상을 대중들에게 선사했던 그였기에 2024년 새해가 밝은 지금도 그의 죽음에 사실 실감하기 어렵다.

  그는 갔다. 그의 연기활동을 지지했던 대중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그를 추모해야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의 연기를 잊지 않는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두 분야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던 그, 지금 먼저 떠오르는 이선균의 드라마와 영화는 무엇인가.

 

  이선균은 2001MBC ‘연인들이라는 작품으로 드라마 연기를 시작했다. 그 이후로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하얀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그리고 유작이 된 법쩐까지 굵직한 작품들에서 연기를 펼쳤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라는 인물의 이미지로 지금 이선균을 떠올린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의혹이 일고난 후로 고된 수사를 받고 과한 사생활 폭로까지 당해야 했다. 그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왠지 모르게 우리는 그가 떠나고 나서야 그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아저씨에서는 반대였다. 이선균이 연기한 박동훈은 어둠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녀 이지안을 무조건적으로 위로하고 지지한다. 다른 계산 없는 무조건적인 태도, 극 안에서는 박동훈이 이지안을 향했지만 그러면서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접한 대중들도 곧 이지안이 돼 박동훈의 태도에 위로를 받았다. 그 태도는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였다. 왜 우린 그 기둥과 같은 위로를 반대로 이선균이 떠나기 전 이선균에게 건네지 못 했을까. 이 물음은 곧 후회일 것이다.

  의사가운을 입은 최도영, 프라이팬으로 파스타를 볶는 최현욱의 이미지 충분히 강렬했지만 최종적으로 이선균의 영정 속 미소는 나의 아저씨마지막 즈음 지여보였던 곧 박동훈의 미소인 것 같다.

  그는 이미 떠났고 그를 위해 위로해주지 못 한 대중의 입장으로서 의미 없는 행위일지는 몰라도 하늘로 간 그를 위해 다시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을 만나러 가야겠다.

 

  2000싸이코 드라마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선균은 파주’,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성난 변호사’, ‘임금님의 사건수첩’, ‘PMC: 더 벙커’, ‘킹메이커’, ‘킬링 로맨스’, ‘그리고 아카데미의 정복을 이룬 기생충등 영화계에서도 이선균은 지난 날 굵은 활동을 이어왔다. 여러 작품에서 연기를 이어온 이선균의 필모그라피 목록 중에서 시선이 멈춘 작품은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는 오롯이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힘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이선균이라는 배우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짜증, 근성, 쾌감 등 극에서 극으로 향하는 감정 등을 끝까지 간다의 고건수라는 인물에서 전부 느낄 수 있다. 상투적인 표현이 돼버렸지만 끝까지 간다의 고건수는 어느 누구도 못 한다. 오직 이선균만이 감당 가능한 인물이다.

  세상에 여러 하위파생된 스릴러가 있지만 가장 스릴러답고, 스릴러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영화적으로 잘 답변할 수 있는 작품이 끝까지 간다인데, 이 무게감을 가장 앞서서 이선균이 이끈 것이다. 감히 간단히 말해서 이선균이란 배우에 대한 평가는 끝까지 간다하나만으로 강력한 배우라는 것이 입증된다.

  이선균이 떠난 시점에서 왜 끝까지 간다가 떠오를까.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은 너무나도 리얼리티하고 보는 사람도 되레 짜증나게 하는 짜증 연기가 일품이었다. 지금 떠나간 이선균에게 이렇게 한 번만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고된 수사 속에서 짜증 한 번이라도 내지. 그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했는가. 단 한 번만이라도 고건수가 되어 감정을 터트려보지.

  물론 이 또한 우리가 이선균이란 배우를 보내고 나서야 하는 깊은 후회의 일종일 것이다. 그만큼 수많은 영화 안에서 우리는 이선균이란 배우의 연기로 많은 감정을 얻고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드는 후회 그리고 변명이다.

 

  드라마와 영화, 두 분야에서 이렇게 균일하게 존재감을 선보이며 한국예술계에 입지적인 인물이 된 배우도 드물 것이다. 그렇기에 아직도 우리는 그를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는 것이다. 예술가였던 그에게 지금이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모는 잊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이선균이 우리에게 선보였던 좋은 연기들은 사라지지 않기에 다시 그의 작품들을 꺼내어 보아 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