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JTBC에서는 기존 예능판에서 쉽게 찾기 힘들 색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름은 ‘크라임씬’. 사건의 현장을 재현해 놓고 그 상황 안에 플레이어들을 투입 시키는 방식이었다.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그 호평에 힘입어 ‘크라임씬’은 2017년까지 3개의 시즌까지 마칠 수 있었다.
‘크라임씬’의 세 번 째 시리즈가 끝난 이후로 ‘크라임씬’ 팬들은 계속해서 아쉬워했다. 유튜브에 다시 업로드 되는 영상마다 새로운 시즌을 제작해달라는 댓글을 팬들은 무수히 많이 올리기도 했다. 그 염원에 맞물려 결국 TV 예능 제작 판도가 바뀌는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 OTT 시장이 열리고 만 것이다.
막대한 자본이 회전하고 보장되는 OTT 시장이 열리면서 ‘크라임씬’의 새로운 시즌 ‘크라임씬 리턴즈’가 제작 확정 되고 2024년 2월 9일 최고 공개를 발표했다. ‘크라임씬’의 복귀를 열렬히 기도하던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이에 따라 이전 시즌 역주행까지 불러일으켰다. ‘크라임씬 신드롬’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리하여 ‘크라임씬 리턴즈’는 2024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 ‘크라임씬 리턴즈’의 모든 방송분을 보고 나면 두 가지의 특징으로 어떤 예능이 떠올랐다.
‘크라임씬’은 2014년 새로이 선보였을 때 시청자들에게 이 가능성을 증명했던 것과 같다. 한 가지 포맷을 계속 유지하여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닌, 에피소드 때마다 상황을 창조하는 ‘창조 예능’의 가능성 확인한 것이다. 이 불씨를 제대로 살린 예능이 ‘크라임씬’에 이어 ‘창조 예능’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고 평가 받는 ‘대탈출’이다.
‘대탈출’은 처음부터 대놓고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돈 쓰는 예능이라고. ‘대탈출’의 첫 번 째 시즌은 2018년 7월이다. 지금에서 다시 돌이켜보면 본격적으로 OTT 시장이 활발히 열리기도 전이었다. 그야말로 tvN만의 의지와 자본으로 구축하는 예능이었던 것이다.
‘대탈출’은 4개의 시즌을 마쳤고 1개의 시즌에 6개의 에피소드들이 채웠다. 총 24개의 에피소드를 치룬 것이다. 24개의 에피소드마다 거의 겹치는 방송 세트는 없었다. 상황 안에서 탈출해야만 하는 탈출러들은 거의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탈출을 감행해야 했고 환경의 규모를 직접 눈으로 본 탈출러들과 시청자들은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규모, 이 것이 대탈출이 매번 시도하고 추구했던 정체성이다.
앞서 말했듯, ‘매번’ 방송 세트가 다르진 않았다. 왜? 이 지점이 ‘대탈출’이 문을 열었고 ‘크라임씬 리턴즈’가 이어 받은 매력지점 중 하나다. ‘대탈출’은 DTCU라는 유니버스를 강조해왔다. 즉, 에피소드들 안에서도 귀신 유니버스, 타임머신 유니버스, SSA 유니버스, 좀비 유니버스 등 세계관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제작해 유기적인 예능을 만들어왔다. 시리즈 내에 ‘이야기’가 존재하다보니 다음을 기다리게 되고 유니버스의 확장성이 어디까지 펼쳐질 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라도 시청자들은 대탈출을 기다렸으며 최종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이다. ‘대탈출’이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에게 잊히지 않는 이유는 막대한 자본에 이어 다음을 기대케 하는 유니버스 구성에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대탈출’ 팬들은 각자의 상상력으로 다음을 그리면서 놀고 있다. 부디 정종연 혹은 tvN에서라도 다음의 ‘대탈출’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다.
아마도 ‘대탈출’ 팬들과 ‘크라임씬’ 팬들은 겹칠 것이다. 했던 거 계속 하는 기존 지상파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은 ‘대탈출’과 ‘크라임씬’처럼 매번 새로움을 기대케 하는 신선한 예능에 눈길이 더 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기약이 아직 없는 ‘대탈출’을 기다렸던 팬들은 자연스레 돌아온 ‘크라임씬 리턴즈’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탈출’이 선보인 두 가지 매력을 고스란히 이번 ‘크라임씬 리턴즈’가 선보였기에 ‘창조 예능’에 목말랐던 팬들은 겨우 해갈할 수 있었다.
‘크라임씬 리턴즈’가 처음 공개됐을 때는 ‘대탈출’의 첫 번 째 전매특허만 이어받은 줄 알았다. 막대한 자본. ‘크라임씬 3’가 종영되고, OTT 시장이 활성화되고 대부분의 ‘크라임씬’ 팬들은 모두가 노래를 불렀다. ‘크라임씬’이야 말로 OTT 시장에 어울리는 예능 아니냐고. 그 수요에 호응하듯 ‘크라임씬 리턴즈’의 첫 번 째 에피소드는 규모부터 이전 시즌과는 달랐다.
‘크라임씬 리턴즈’의 첫 번 째 에피소드 ‘공항 살인사건’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무려 모형 비행기를 스튜디오 안에 들인 것이다. 이를 비롯하여 ‘크라임씬 리턴즈’는 마을을 구성하고, 법원을 가져오고, 시대를 초월하고 마지막으로 장르 탈피까지 시도하는 등 가시적 규모만을 추구한 것이 아닌 도전적인 시나리오 강화까지 꾀해 정말 마음먹고 돌아온 ‘크라임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더 커진 규모에 놀라면서 한 가지 더 ‘크라임씬 리턴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놀라게 했다. 이는 ‘크라임씬 리턴즈’ 마지막 에피소드인 ‘풍무 회장 살인사건’까지 모두 정주행 해야만 알 수 있는 매력이었다. 앞서 말한, 대탈출이 처음 시도한 ‘유니버스’, 이를 ‘크라임씬 리턴즈’도 과감히 이어 받아 창조했다.
풍무그룹으로 대표되고 ‘크라임씬 리턴즈’라는 ‘크라임씬’의 네 번 째 시리즈 모두를 관통하는 마지막 빌런 신교주를 앞에서 ‘크라임씬’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것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범인 공개 전 정유미 성우가 “여러분은 오늘 신교주를 잡기 위해 그간 열심히 달려오셨습니다”라는 멘트는 ‘크라임씬 리턴즈’가 이전 ‘크라임씬’ 시리즈들과는 달리 어떤 정체성을 추구했는지 상징하기도 했다.
자본과 유니버스, 이는 더 이상 ‘대탈출’만이 가지는 전매특허가 아니다. ‘크라임씬’도 충분히 넘볼 수 있는 영역이 돼버린 것이다. ‘크라임씬’이 범하는 데 성공한 이상 어느 새로운 예능도 못 하랴? 대신 최소한 ‘크라임씬 리턴즈’ 정도의 완성도는 나와야 팬들이 적극 지지할 것이다. 아니면 구관이 명관이라고 ‘대탈출’ 다섯 번 째 시즌이 나오던가, ‘크라임씬 리턴즈’ 후속 시즌이 나오던가. 뭐든 빨리만 나와라.